[스크랩] 울산오기 그담 얘기
찜질방에서 잔다고 하는 것이 보통일이 아니더군요.
그냥 편하게 누워서 해결될 일이 아니고 시원하다 싶어서 잠 청해 보려니
춥고, 자리 옮기면 덮고...
잠 설치다 그냥 날이 밝더군요.
5시쯤 된시간에 전화 벨이 울려서 받으니 예정시간보다 한시간반 이상 일찍
도착한 성옥님과 정사장님이 터미널에 계시다는 알림이네요.
대충 씻고 2키로 정도 짧은 업힐과 다운힐로 조우했습니다.
두분 자전거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날렵한 로드용 타이어로 무장을 하셨더군요.
앞길이 순탄하지 않음을 예상하는 모습이였습니다.
전 그냥 평상시 타고 다니던 말그대로 엠티비용 타이어 순수 그대로 입니다.
목구녕이 포도청이라고 일단은 터미널 앞에서 선지 해장국으로 에너지를 공급하고
6시 조금 지난 시간에 1차 목적지 정동진까지 첫 라이딩을 시작 했습니다.
바닷가를 지나는 상쾌한 아침 공기입니다.
어제 라이딩을 하면서 느낀 소감이 " 좋은 길은 그늘이 없습니다."
새로 쭉쭉 뻗은 4차선 도로에는 가로수는 시야를 가리기 때문에 전혀 없고 한뼘 그늘도
용납되지 않더군요.
교차로가 혹시 있다면 교각 아래가 잠시 그늘이 되어 줄 뿐입니다.
그래도 바닷가를 달리면 시원한 바람이 불어 줍니다.
바다에서 조금 멀어 졌다 싶으면 땀이 흐르기 시작 합니다.
여유있는 널널 라이딩입니다. 잠수함 사건이 있던 곳에는 홍보 시설이 들어서 구경거리를
제공합니다.
20여키로를 달리니 모래시계 촬영지인 정동진이 나오네요.
예전에 친구들과 가족 휴가를 보냈던 민박집이 어딘지 모를만큼 많이 변해 있습니다.
사진으로만 보던 모래시계를 직접 눈으로 구경 했네요.
1년짜리라서 인지 규모가 대단 합니다.
정동진을 벗어나면서 부터 길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라이딩 내내 업힐은 해발 100M를 넘지 않는듯 싶지만 반복되는 언덕으로
허벅지를 괴롭힙니다.
그래도 동해시에 도착하여 아직은 파워풀한 업힐과 다운힐을 해봅니다.
잠시 친구도 만나서 물회라도 먹고 가라는 권유를 과감히 뿌리치고 내친김에 삼척을
훌쩍 지나 근덕까지 달려봤습니다.
파출소에 들려서 길도 묻고 동네에 맛난 음식점을 소개도 받아서 시원한 콩국수에
짭짤하게 소금 듬뿍 넣어서 맛나고 멋진 점심을 해결했습니다.
이제 부터 두세시간은 쉬어 가기로 했는데 마땅히 쉴곳이 없습니다.
다리 아래 그늘이나 학교가 그립습니다.
지리에 엄청 밝아서 인간네비게이션을 자처하는 정사장님도 잠시 멈칫하시네요.
이번 라이딩 내내 놀란 사실이 작은마을이나 언덕에 대하여 너무 세세히 잘 알고 계시더군요.
시골에 큰 건물은 교회나 학교가 눈에 잘 띕니다.
수고하고무거운 죄 지은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멀리 교회가 보여서 불쑥 찾아 들어 갔습니다.
텅 비어있는 교회입니다. 아마 목사님도 더위를 피해 근처에 피서 중이셨나 봅니다.
교회문을 열고 마음 속으로 기도 하고 교회 안에 들어가 큰대짜로 뻗어 낮잠을 한숨 때려
봤습니다.
더위에 피곤이 밀려오기 시작합니다.
빈교회라서 오래 있기는 미안해서 근처 다리 아래에 가봤습니다만 시냇물이 미지근하게
흘러갑니다.
좀 더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해보는데 동막골...의 영화 장소 이름이 생각나게 하는 동막
초등학교가 눈에 들어 옵니다.
아직 시간도 있는듯 싶어서 또 다시 들어가서 더위를 다시 피해 봤습니다.
4시 넘는 시간까지 3시간 이상을 충분히 휴식을 취한듯 합니다.
대충 널널한 라이딩이라지만 좀 많이 쉰듯~
다음 목적지를 향해서 달리는데 목적지인 울진까지는 멀기만 합니다.
반복되는 작은 언덕들이 사람 잡습니다.
넘어도 다시 나오는 언덕과 또 언덕~
7시 반이 넘어서며 어둠이 밀려옵니다.
죽변을 통과하던 비상활주로는 차량 통행이 통제되어 있습니다.
겨우 상점 하나를 발견하고 물과 얼음과자를 사먹고 파워젤을 하나씩 챙겨 먹어봅니다.
마지막 고개를 하나 더 넘어 죽변항이 눈에 들어 옵니다.
찜질방에서 잘것인가 숙박업소를 찾을것인가 고민을 하는데 정사장님이 편하게 자자고
합니다.
야간버스를 탔고 오늘 더위의 주행도 피로를 풀어주어야 할듯 싶습니다.
제일 좋은 숙박업소를 찾아서 가격흥정 할것도 없고 그냥 10만원 달라고 하네요.
싸이클 방도 있다고 합니다.
채시라도 자고 갔고 최수종도 묵고간 그 방에서 자라고 하며 같은 방을 주네요.
방안에 자전거 세대를 세우고도 축구를 할만한 넓은 방입니다.
채시라가 묵었다는 방에서 에어컨 소리 죽여주게 크게 울리는 방입니다.
도로를 달리며 막힌 코와 목을 청소하기 위해 식당 주인이 안내해주는 삼겹살을 메뉴로
선택 했습니다.
죽여주게 맛나는 삼겹살 집에서 맛난 식사 했습니다.
이번에는 비싼 방값 받았지만 다음 비수기에 오면 정상 가격으로 해주시겠다나요? ㅎㅎ
다음 여행 할 일이 또 생겨도 들려볼 만한 집이네요.
(죽변 서원장모텔 782-3378번입니다.)
이렇게 해서 하루라이딩을 끝냈습니다.
강능에서 7시간 반 라이딩으로 135키로쯤 달린듯 싶네요.
내일은 일어나는 대로 출발 하기로 합니다.
어제 죽은이가 그렇게도 그리워 하고 보고 싶어한 오늘이 다시 밝았습니다.
7시가 넘어서 눈을 떳는데 아직 코고는 소리가 들립니다.
눈치보며 그냥 있기 뭐해서 아침 샤워도 하고 출발준비를 해봤습니다만 워낙 하루가
피곤했나 봅니다.
결국 10시 무렵에나 숙소를 나와서 아침 식사를 하고 밤새 허리 통증으로 시달린
성옥님은 한의원에 들려 굵다란 대침으로 응급 조치를 받았습니다.
라이딩을 해보면 말이 환자지 3일 내내 선두에 서서 라이딩을 주도하고 저는 뒤에서 따라
붙히기가 거의 사경을 헤메며 헐덕댑니다.
뒤에는 항상 정사장님의 제비몰이에 쉴 시간이 자유롭지 못합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12시나 되어서 출발입니다.
오늘은 바다를 끼고 달리는 도로를 달려보고 싶지만 늦은 시간 출발이라서 여의치 않습니다.
땡볕에 라이딩입니다.
선크림을 잔뜩 발랐지만 콧잔등이 달아 오르는 느낌을 받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페달을 밟을 뿐입니다.
그냥 7번 국도를 타고 내려오기로 맘을 먹었습니다.
어제와 비교하면 그래도 도로 사정이 훨씬 낫습니다.
흥해까지 달려보고 싶었지만 땡볕라이딩이나 비실거리는 몸뚱아리를 감안해서
목적지 수정을 해야 할듯 싶습니다.
휴식 시간이 조금씩 길어지고 옥수수,포도를 샀지만 더위에 지쳐서인가
제대로 먹어 보지 못했네요.
휴게소에 잠시 들려 사먹은 허름한 팥빙수가 더위를 잠시 시켜줍니다.
늦은 아침을 먹은지라 평해에 들려서 시원한 열무냉면으로 역시 늦은 점심을 해치웠습니다.
전투자세를 다시 갖추어 오늘 목적지를 영덕 정도로 잡아 봅니다.
평해에서 부터는 바다가 가까워서 그래도 시원함이 느껴집니다.
바다에서 조금이라도 멀어지려고 하면 흐르는 땀을 주체할 수가 없습니다.
자연의 신비로움이 느껴지네요.
7시가 될 무렵 영덕에 도착하여 파출소에서 숙박 할 곳을 찾고 맛난 식당도 찾아 봤습니다.
제일큰 자전거 샵을 찾아서 체인 오일도 서비스를 받아봤습니다만 전 사양 했습니다.
습식 오일을 쫘악~ 뿌려주는데 정사장님은 과감하게 바르시더군요~
다음날 낭패봤다는 전설이....ㅎㅎㅎ
어제 운동장 같은 방보다는 작지만 그런대로 자전거 들여 놓고 빨래해서 널고 잘만한 깔끔한
숙소를 구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목에 때를 벗기기 위하여 유명한 삼겹집을 찾아서 변함없이 소주 한잔을 하고
푹~잤습니다.
90키로를 5시간 조금 더 넘는 시간동안 달려왔더군요.
마지막 날이 밝았습니다.
어제 경찰아저씨가 안내 해준 식당에서 돼지한마리가 수영하는 김치찌게로 속을 달래고
출발을 해봅니다.